안녕하세요. GSB(Grandfather Story Blog)의 여니하르방입니다. 오늘은 구리 동구릉의 9개 왕릉 중에서 두 번째로 조성된 '현릉'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곳은 조선 5대왕 문종과 그의 왕비 현덕왕후가 잠든 곳으로, 짧지만 깊은 인연과 비극이 서려있습니다.

문종, 세종의 장자로 태어난 조선의 첫 적장자 왕
문종(文宗, 1414 ~ 1452)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장남으로 태어나 일찍이 왕세자로 책봉되었습니다. 학문을 즐기고 인품이 온화해 신하들에게 존경을 받았으며, 세종의 곁에서 30년 동안 정사를 보필했습니다. 1450년 왕위에 오른 뒤에는 세종이 닦아놓은 제도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언로를 활짝 열고 백성의 삶을 살피는 정치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천문과 수학에도 능했는데,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기인 측우기 제작을 주도한 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재위 2년 4개월 만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어린 아들 단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됩니다.
짧은 생이었지만 문종의 통치는 조선의 정치.학문적 기반을 한층 더 다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덕왕후, 단종의 어어니이자 비운의 여인
문종의 왕비 현덕왕후 권씨는 안동 권씨 가문의 딸로, 세자빈으로 책봉된 뒤 단종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출산 하루 만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왕이 되기 전 세자 신분이었던 문종은 깊은 슬픔에 잠겼었고, 즉위 후 그녀를 왕후로 추존하며 능호를 '소릉'이라 정했습니다.
하지만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면서 비극은 이어졌습니다. 1457년 단종의 복위 시도가 실패하자, 현덕왕후는 '폐후'로 강등되어 무덤까지 바닷가로 옮겨지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후 1512년 , 중종이 그녀의 명예를 회복시키며 이듬해 봄에 문종 곁으로 다시 옮겨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때 조성된 합장형 무덤이 바로 오늘날의 현릉입니다.
현릉, 동원이강릉 형식의 아름다운 왕릉
현릉은 구리시 인창동 동구릉 내에 위치해 있으며. 조선 5대왕 문종과 현덕왕후 권 씨의 무덤이 나란히 자리한 동원이강릉 형식입니다. 왕과 왕비의 능침이 각각의 언덕에 자리하고, 가운데에 하나의 정자각이 세워져 있습니다.
정자각에서 보면 왼쪽이 문종, 오른쪽이 현덕왕후의 능으로 홍살문과 비각 등 제향시설은 하나씩만 마련되어 있습니다. 능역은 단정하면서도 기품이 있으며 병풍석에는 구름무늬가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습니다. 묘역 아래에는 이국적인 인상을 주는 무인석과 문인석이 서 있고, 왕과 왕비의 제향을 함께 올리던 수복방 터도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현릉 이후로 조선의 왕릉에는 왕의 공적을 새긴 '신도비'를 세우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문종의 신도비를 세우려 했지만 논의 끝에 철회되었고, 이 결정이 후대 왕릉의 전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역사 속의 조용한 울림
현릉은 화려하지 않지만, 문종과 현덕왕후의 짧고 안타까운 인연을 고요히 품고 있습니다. 조선의 정치와 예술, 그리고 인간의 사랑과 슬픔이 함께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동구릉을 찾는다면 현릉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 속으로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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