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글로리는' 어린 시절 학교폭력에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스릴러 있게 제작한 영화이지만, 학교폭력이 신체적 위협만 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유발한다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 주는 영화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는 한 의사 선생님의 학폭의 심각성과 그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발췌하였습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그 대안
최근에는 학교 폭력과 집단따돌림이 건강하고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위협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교 폭력이 현실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학교 폭력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한 학교 폭력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학교폭력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학교 폭력 피해의 트라우마 증상은?
청소년기가 되면서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여 또래 집단에 심리적으로 많이 의지하게 되는 시기이므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받지 않으려고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고, 눈치를 보는 경향이 나타나게 됩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면 소외감, 억울함, 죄책감 같은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고, 학교에서 한 번이라도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 학교라는 자체가 두려운 공간이 되며 학교 밖에서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만 봐도 심장이 빨리 뛰고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장애의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학교 폭력 피해를 받는 아이들은?
불면이나 우울, 불안, 감정 기복, 짜증, 공황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와 이야기를 더 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만성화되어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학폭 사건과 관련된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침투 증상,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나 상황을 떠 올리게 하는 것들을 피하기 위한 회피 증상,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이나 기분이 지속되고 예민해지거나 짜증이 많아지고 깜짝깜짝 놀라거나 심한 감정의 기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두통이나 복통, 어지러움 같은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검사를 해 보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될 대로 돼라!' 하는 식의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자해나 자살 시도를 반복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아이가 버릇이 없다 든 지 꾀를 부린다거나 괴병이라고 심각하지 않게 여기게 되면 아이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서 변화가 있는지 평소에 잘 관찰하고, 평상시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여 아이가 부모를 편안하게 생각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면..?
우선은 아이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나면 우선은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겪는 손상감, 무기력감, 우울감 등 외로움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부모는 너를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는 걸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 주려는 주변사람들의 노력은 아이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해를 하거나 죽음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적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죽음에 대해서 편안한 태도로 부모가 물어보면 아이도 그런 마음이 들 때 보다 더 편안하게 말할 수 있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향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어떤 증상이나 자해 충동이 있는 경우나, 부모가 어떤 노력을 해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즉각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학폭 피해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까?
첫째, 학교에서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을 때는 부모가 불안해하며 허둥거리거나 당황하면 아이는 더욱 놀라고 불안해하므로 먼저 부모의 마음부터 다독이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부모는 항상 내 편이라는 걸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차분히 대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를 다그치거나 추궁하지 않도록 조심하여 아이 스스로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 든지 '너도 잘못한 것이 있다!'는 등의 자책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셋째,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과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정확한 상항과 사실을 학교에 알리고 정도에 따라 가해자와 우리 아이를 즉시 분리하고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피해자의 정신적인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괴롭힘을 당함으로써 발생하는 소외감, 자신감 저하, 우울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